
혹시 위 그림에서의 대화가 한번에 이해되셨나요? 이것은 10대들의 급식체로 이루어진 흔한 대화의 일부입니다.
급식체란, 급식을 먹는 세대 즉 10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문체라고 해서 붙은 명칭으로, 초중고교생 사이에서 사용되는 은어를 일컫는 말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시작으로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개인방송 진행자들의 말투 등이 SNS를 통해 10대들에게 퍼져나간 것인데요, 주로 초성을 써서 말을 극단적으로 줄이거나, 반복되는 언어 및 비슷한 언어를 붙여 길게 늘여 쓰는 방식으로 사용됩니다.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은 ‘오지다’와 ‘지리다’라는 말로 놀라거나 감탄할 때 쓰는 표현입니다.
‘~하는 각’(~하는 상황이라는 뜻), ‘~하는 부분’,‘실화냐’는 표현 또한 쉽게 쓰이고 있고요,
자문자답을 하는 형식으로 ‘인정? 어 인정’ 이라는 말이 ‘ㅇㅈ? ㅇㅇㅈ'으로 초성만 씀으로써 사용되기도 합니다. 또한 ’귀여워‘를 언뜻 봤을 때 글자가 비슷하게 보이는 ’커여워‘라고 적는 등 특정 글자를 모양이 비슷한 다른 글자로 대체하여 표현하는 ’야민정음‘도 급식체의 일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지다 : 대단하다, 엄청나다
띵작 : 아주 훌륭한 명작이다
빼박캔트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ㅇㄱㄹㅇ : 이거레알 혹은 아그래요
동의? 어 보감 : 특별한 의미없이 쓰이는 말장난
이런 급식체를 이용해서 만들어진 ‘사직서’가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언뜻 읽어보았을 때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다가도 어느새 몰입되어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의미조차 알 수 없을 만큼 지나치게 말을 줄여 쓰거나 별 뜻 없이 비슷한 말들을 나열하는 등 의미와 형태를 다양하게 변형시킨 말들을 사용하는 지금의 10대 청소년들. 예전 세대와는 다르게 점점 더 활성화 되고 있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타고 무서운 속도로 번지면서 가족 안에서는 언어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합니다.
또한 급식체가 국어를 파괴한다는 의미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지만, 기성세대부터 자신의 언어생활을 돌아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글학회 학술부장은 “청소년의 은어 사용 보편화는 결국 가정 내 소통 부재로 이어진다”며 “가정 내 불화, 심지어 사회적 문제들은 모두 소통의 부재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가정과 사회 안에서의 ‘소통’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은 급식체를 왜 쓰는 걸까요?
조사결과 특별한 뜻은 없었습니다. ‘쓰다 보니 재미있어서‘라는 의견이 가장 컸고,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기 때문에 따라서 쓰고 있는 청소년들도 많았습니다.
사실 시대가 변해가면서 이런 줄임말과 희화화된 표현들이 등장한지는 꽤 되었는데요. ‘킹왕짱’ 이라던가 ‘출첵’, ‘지못미’ 등 지금은 아주 흔해진 ‘얼짱’, ‘몸짱’ 이라는 표현도 사실 처음부터 있던 표현들이 아니지요. 하루종일 붙어 앉아서 수다를 떨 수 있는 대상, 즉 친구와의 대화 속 언어에 스며들어 자연스레 묻어났기 때문에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이런 은어들이 더 많이 쓰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